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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그의 말처럼 그의 시는 이 땅의 독재와 싸우는 무기였고 한편으로 자기 자신과 일상에 안주하여 부정과 불의를 눈감으려는 소시민적 태도에 가해 진 날카로운 채찍이었다. 그의 시는 외세에 의한 분단과 외세 의존적인 정치 권력에 의한 민중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을 주제로 한다. 이 점에서 1960년대 신동엽, 1980년대 민중시인들과 현실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기법이나 호흡, 특히 외부 세계에 대해서 강렬한 비판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내 부의 적에 대한 비판과 폭로를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역설적인 저항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김수영(金洙暎)의 시와 유사한 면을 많이 지 니고 있다. 1980년대 대부분의 민중시들이 형식면에서 하나의 구호에 가깝다면 김 남주의 시는 그러한 민중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름의 독자적인 기법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반복, 패러디(parody), 풍자 등은 그 증거이 다. 특히 식민지 시대 유행가 가사에서 김수영, 김소월(金素月)의 시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인들의 시구를 인용하여 텍스트 사이의 상호관련을 맺 고 패러디하는 수법은 다른 한국 시인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예라 할 수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으로 『진혼가(鎭魂歌)』·『나의 칼 나의 피』·『조국은 하나다』, 시선집 『사랑의 무기』·『솔직히 말하자』·『마침내 오고야 말 우리 들의 세상』·『학살』·『사상의 거처』·『이 좋은 세상에』가 있으며, 산문집 『시 와 혁명』, 번역서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프란츠 파농)·『아트 트롤』 (H. 하이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