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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 - 지난 2월 13일(화), 주이선 위령비에서 우리는 유가족 판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올 해 85세인 그는 23년 전 주이선 위령비를 직접 만든 사람입니다. 1968년 10월, 주이선 학살로 주민 24명이 희생되고 16명이 부상을 당했을 때 판짜의 처 할머니, 장인, 장모, 처제, 처남, 딸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55년 전의 아픔을 품고있을 판짜 할아버지는 평화 기행단을 따스히 반겨주었습니다. 그 환대가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미안했습 니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하미 위령비와 퐁니·퐁녓 위령비를 방문한 뒤 주이선 위령비 를 찾았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소외된 한 아픔의 자리, 온전한 추모조차 힘겨운 마을의 현실을 생각하며 평화기행단의 발걸음이 닿지 못한 수많은 마을들을 생각했습니다. 꽃과 향을 바치고 뙤약볕 아래 가진 짧은 묵념의 시간 동안 이 자그맣고 허름한 주이선 위령 비가 감내해온 세월을 감히 상상했습니다. 유가족들이 건축가에게 의뢰해 설계한 위령비의 건립 예산은 한화로 약 2,300만원. 한베평화재단은 3개월 간의 시민모금을 통해 약 1,000만을 모금했고 이러한 중간 상황을 마을에 알렸습니다. 주이선 인민위원회는 한국의 시민들이 최소1,100만원 이상을 모아준 다면 계획을 수정해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평화기행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물에 잠기는 주이선 위령비를 구하기 위한 추가 모금을 3월 10일(금)까지 진행합니다. 한베평화재단과 곁을 함께 해주신 개인, 단체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300만원을 모 두 모금하기는 어렵겠지만, 재단은 가능한 많은 금액을 모금하여 주이선 위령비의 재건 립에 한국 시민 사회의 진심을 전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주이선 위령비에는 건립 기금 마련에 참여한 한국 시민들의 숫자와 함께 10만 원 이상을 후원한 단체 또는 개인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입니다. 주이선 학살 55주기를 맞이하는 2023년안에, 평화기행단이 추모의 꽃을 들고 새롭게 단장한 주이선 위령비를 찾아갈 날을 상상해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