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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 이 반복될 수 있다고 그들은 느끼고 있다. 영화 ‘레드 툼’에 출연한 한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겁이 난다”는 말을 자꾸만 되풀이했다. “세상은 좋은 세상이 돌아왔는가 싶다가도 나는 자꾸 겁이 나서. 혹시나 또 그런 세상 돌아올까 싶어서 겁이 나요. 옛날 세상 돌아올까 싶어서 겁이 나는 기라. 아직까지 남북 이 갈려서 안 있는교. 갈려서 있는데 겁이 안 날 턱이 있는가. 겁이 나는데…….” 유족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외면하는 현실은 그들을 과거의 공포를 여전히 오늘에도 이어갈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 ‘온 국토가 무덤’이지만, 발굴은 더디다. 구 감독은 “발굴과 함께 위령 시설을 공원처럼 짓고 그곳에 학살 관련 영상, 사진, 자료를 전시해 학살의 진실을 기록해야 과거의 비극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역사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그는 자신이 찍은 영화를 유튜브에 올려 대중 들에게 공개했다. 그가 찍은 영화들은 지난 2021년 12월 국가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 원에 영구 보관되고 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이 남긴 또는 앞으로 찍을 영상이 비극을 마 무리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로 쓰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가 민간인 영상 작업을 하는 걸 보고 칭찬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솔직히 경제 적, 정신적 출혈이 너무 커요. 열심히 찍는다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 학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지금은 아니더라도 이후 세대 가 운데 누군가는 볼 거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기록은 남는 거잖아요. 기록을 남기면 제가 남긴 기록으로 공부하려는 이가 있을 것이고, 새롭게 무언가 만들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 언젠가를 위해 열심히 찍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