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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 이날 상영회 전에 영화 ‘해원’을 동료가 준 영상을 통해 미리 접했던 그는 영화를 보고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영오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 2014년 46일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할 때 한국전쟁유족회 관계자의 명함을 받았다. 고생 한다며 자신에게 명함을 건넸지만, 이분들의 사연을 알지 못하다가 4년여가 지나 영화 ‘해원’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민간인 학살의 진실 아픔과 아픔으로 마음이 이어져 영화 ‘태안’ 촬영에 함께한 ‘유민 아빠’ 김영오 씨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서러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전쟁 민간인 학 살 유가족들을 보며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9년 충남 아산 염치읍 민간인 학 살 유골 발굴 현장을 구 감독과 함께 촬영차 방문했고, 민중의소리와 만나 “2014년 세월 호 사건 당시 딸 시신을 찾기 위해 8일 동안 기다렸어요. 그 짧은 시간도 기다림의 고통 이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은 70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유족 들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해요. 땅에 묻힌 피해자들의 시신이 이제라도 온전한 모습으로 너무 늦지 않게 가족들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민간인 학살의 진실이 알려지길 바랐던 김영오 씨는 구자환 감독이 영화 ‘태안’을 만들 기 위한 후원에 동참했다. 후원에 감사하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구 감독은 김영오 씨에 게 연락했고, 영화 촬영에 같이 할 수 있겠냐고 제안했고, 잠시 고민한 뒤 수락했다. 구 감독은 “심한 아픔을 느낀 이가 아픔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심 성이 고운 영오 씨가 유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슴으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보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민간인 학살 유족들도 세월호 참사 를 알고 있었고, 그렇게 마음과 마음은 아픔으로 통했다. 70년 전 좌와 우로 갈라져 서로가 학살하고 증오했던 시간을 풀어내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좌익 또는 인민군에 의해 학살당한 자유수호 유족 가운데 인터뷰에 응하고, 영화에 나온 사람은 한 분밖에 없었다. 그는 “70년 세월이 지났으니깐 그 당사자들은 미 워도, 가족들은 미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시대가 만든 아픔이라며 화해를 원하면 서도 보도연맹 학살자 유족이나 부역 학살자 위령제를 군청에서 여는 것에 대해선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한다. 진정한 화해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