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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 을 줬다는 이유로, 머리를 깎아줬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와 자고 갔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누가 부역자인지, 빨갱이인지 지목하면 살려준다며 주민을 협박해 손가락으로 가 리키면 죽이는 이른바 ‘손가락 총’이 전국에서 쏘아졌다. 그런 야만의 시기 태안에서도 많은 이들이 죽었다.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시기에 학살된 115명과 인민군 점령기 에 학살된 115명과 수복 이후 부역 혐의로 학살된 900명 등, 모두 1,200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태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건으론 이렇게 나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씨족 또는 주민 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학살도 있고, 국민보도연맹 사건에서 가족을 잃은 일부 유족이 보복 학살에 나선 사건도 있었어요.” 그는 영화 ‘태안’에서 이렇게 얽히고, 설킨 학살의 비극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가 슴 깊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영화 ‘태안’ 촬영엔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 오 씨가 특별출연해 유족 인터뷰와 현지 취재에 동행했다. 구 감독은 김영오 씨를 지난 2018년 영화 ‘해원’ 광주지역 공동체 상영회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뒤풀 이 자리에서다. ▲영화 태안의 한 장면. 강희권 태안유족회 상임이사(제일 왼쪽)와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사진 오른쪽 2번째)가 태안 주민으로부터 학살과 관련된 증언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 제일 오른쪽 촬영하는 구자환 감독의 모습도 보인다. ⓒ구자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