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page

- 27 - 많았어요. 그래서 빨리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어떻게든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유족도 있었어요.” 2004년부터 찍은 민간인 학살 현장 10년 만에 만들어진 영화 ‘레드 툼’ “자신이 왜 죽는 줄도 모르고 끌려가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이 어떠했겠어요” 2014년 민간인 학살을 다룬 그의 첫 영화인 ‘레드 툼(Red Tomb)’이 공개됐다. 영화엔 2004년 유골을 발굴했던 마산 여양리를 포함해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중심으로 경남 지 역의 여러 민간인 학살 사건이 담겼다. 영화 ‘레드 툼’엔 학살의 비극과 함께 유족들이 숨죽이며 살아온 세월이 묻어났다. 구 감독은 “자신이 왜 죽는 줄도 모르고 끌려가서 죽 음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이 어떠했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학살은 수백만 명에 이 르는 가족들의 눈물과 한숨이 됐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었고, 누군가의 아 버지이자 어머니였다. “영화에 나오는 박상연 할머니는 23살 때 배 속에 아기를 가진 채 남편을 잃었어요.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서 평생 남편을 기다리면서 살아왔는데, 이사도 가지않고 대문도 잠근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남편이입었던 옷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어요.” 구 감독은 이후 주제와 소재를 조금씩 달리하면서 한국전쟁을 전후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입체적으로 영상에 담았다. 영화 ‘레드 툼’에선 경남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중심으 로 다뤘고, 이어진 2017년 작 ‘해원’에선 한국전쟁 당시 정부에 의해 전국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과 이 학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근원을 추적했다. 2020년 작 영화 ‘태안’ 에선 다시 지역 사건으로 돌아왔지만, 같은 마을 사람들이 좌우로 나뉘어 서로 죽고 죽 였던 비극과 그 비극의 뒤에 숨어있는 권력의 문제를 해부했다. 그는 “특별히 고민해 소 재를 찾는다기보다는 내가 모르는 걸 알려고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 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학살사건은 크게 전쟁이 벌어지기 전 좌우 대립과정에서 벌어진 학 살, 한국전쟁 이후 벌어진 국민보도연맹 학살, 이후 인민군 점령기에 인민군 또는 좌익세 력에 의해 벌어진 학살, 인민군 점령지가 수복된 이후 인민군 또는 빨치산에 부역했다며 우익세력과 경찰에 의해 벌어진 학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좌와 우 모두 학살을 자행했 으니 불행한 과거로 그냥 덮어두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좌익 혐의자나 부역 혐의자들에 대한 학살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