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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 이승만 정권은 일제강점기 전향한 사회주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시국대응전선 사상보국연맹’이란 단체를 모방해 1949년 4월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1948년 12월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좌익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만든 조직이었다. 국민보도연맹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는 물론 지역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쌀을 주겠다고 속여 영문도 모른 채 가입했던 이들도 많았다. 이들을 지역별로 모아 사상교육을 하다가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인민군에 부역하거나 동조할 수 있다면서 학살했다.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서도 1950년 7월 하순 학살이 벌어졌고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유골 가운데 일부가 2002년 태풍으로 인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이후 구 감독은 기자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을 카메라에 담 았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구례, 청원, 경산, 대전 등 4곳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 학살지를 국가 차원에서 발굴하기로 하는 등 더디 지만 유해 발굴 작업이 이어졌다. 경남에서도 이후 학살과 관련한 조사와 유해 발굴이 시작됐고, 구 감독은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경남 각지를 돌며 유족들의 증언을 들었고, 이 를 영상으로 담았다. ▲영화 '레드 툼' ⓒ구자환 감독 “유족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부끄러웠어요. 대학을 나왔고, 역사도 배웠는 데 학살의 진실은 처음 들었거든요. 증언을 듣다 보면 부끄러움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올 랐어요. 그리고, 이 사건을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영상으로 담아야겠다고 마 음먹었습니다. 증언을 찍었던 유족을 몇 개월 지나 다시 가면 그사이 세상을 떠난 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