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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 1987년 대학 휴학 후 의경 지원 시위 현장에서 만난 민주화운동의 물결 그는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된 걸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를 아는 누구도 그가 민간인 학살을 기록하는 감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심지어 그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일하며 다닐 수 있는 야간대학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국문과나 법학과를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 가 지원한 학교엔 관련한 과가 없었다. 단순히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경 영학과에 지원한 것이다. 일하며 힘겹게 대학에 다녔던 그는 “친구 놈의 꼬임에 넘어가” 의무경찰에 지원하게 됐고, 군대에서 1987년 전국을 휩쓴 민주화운동의 물결을 만났다. “경북 고령에 있는 후방부대였어요. 전경과 의경이 같이 있던 부대였는데, 직접 시위 진압에 나서는 부대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시위 때 가끔 지원을 나가곤 했거든요. 당시 서울에선 전경들이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지만, 저는 민주화 투쟁이 왜 일어나는지도 모 를 때였어요. 그러다 대구역 앞 중앙파출소에 지원을 나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나가서 보 니 거리에 있는 이들이 일반 시민들이었거든요. 분노한 시민들에게 당시 포위돼 있다가 풀려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시민들이 왜 거리에 나온 건지 궁금했고, 1989년 제대한 뒤 본격적으로 책을 구해 읽으면서 공부했어요. 학교 다니던 시절 저와 함께 한 선배는 없어요. 그냥 자생적인 운동권이었던 거죠.” ▲구자환 감독이 17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1.17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