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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다룬 영화 ‘해원’ ⓒ구자환 감독 “시사회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시더라고요. 다들 서로 알고 지내던 가족들이고, 친척들이고, 지인들인데 학살 피해자들이 어떻게 돌아가셨고, 그 자 식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혀 모르셨던 거예요. 서로 아프니깐 물어보지 못했고, 숨죽 이며 살아오다 보니 말하지 못했던 겁니다. 유족들 가운덴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가 죽을 죄를 지어서 그런 것이라고 죄책감을 지닌 채 살아온 분들도 있었어요. 부역자로, 공산주 의자로 몰려서 돌아가셨다는 생각 때문에 진실을 알아볼 생각조차 못 하고 침묵하며 살 아온 거예요.” 침묵을 강요받으며 역사는 왜곡됐다.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 가운데엔 항일독립운동가 들도 많았다. 일제에 협력했던 반민족행위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해방 직후 ‘반공 투사’ 로 변신했다. 일제에 협력했던 그들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던 방식을 그대로 활용해 항일 독립투사들까지 학살했다. 한국전쟁 과정에선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이를 인 민군 또는 빨치산을 소탕한 승리 기록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아직도 상당한 권력을 가지 고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그들은, 이런 학살의 과정을 치열한 좌우 대결에서 이기고 대 한민국을 수립한 과정으로 미화했다. “당시 실적이 필요한 경찰이나 군인들이 후방지역에서 공비를 토벌했다고 주장했지만, 죽임당한 상당수는 전쟁을 피해 산으로 도망가 숨어있던 마을 주민들, 피난민들이었어요. 이들을 죽이고 ‘빨갱이 소탕’, ‘공비 토벌’이라고 한 거예요. 학살은 목숨을 빼앗는 차원 을 넘어 재산을 갈취하는 수단이기도 했어요. 심지어 남편을 죽이고, 배우자를 자기 부인 으로 삼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