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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 까요. 영화 ‘태안’은 한국전쟁 70년에 맞춰 조금 일찍 2020년에 개봉하려고 준비했어요. 지역 순회상영회를 두 차례 정도 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포기했어요. 그러다 지난해를 넘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개봉했는데, 그동안 개봉 못 했던 영화들이 쏟아지고, 월드컵도 겹쳐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했어요. 메가박스를 포함해 전국 11개 극장에 걸렸지만, 낮 에 하루에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정도 상영하는 것이어서 관객을 모으기 힘들었어요. 결국, 일주일여 만에 극장에서 내리고 전국을 돌며 순회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습 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이런 힘겨운 과정을 거쳐 관객을 만나야만 했다. 그런 노력은 영화 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아 영화 ‘레드 툼’으로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과 2016년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레드 툼’ 2,737명, ‘해원’ 1,589명, 태안 ‘1,336명’ 등 흥행 성적은 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수십 년을 침묵했던 유족들에겐 자신들의 억울함을 담아낸 소중한 영화였다. ‘해원’ 시사회 과정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의 사연은 유족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한다. 지난 2017년 경남교육청에서 열린 영화 ‘해원’ 시사회에 한 할머니께서 아드님과 함께 왔다. 구 감독은 시사회를 마치고, 할머니와 인사를 나눠 기억했다. 그로부터 몇 개 월이 지나 충남 홍성에서도 시사회를 열었는데, 그 할머니의 따님이 오셔서 구 감독에게 할머니가 남긴 말을 전했다. “어머니가 영화 보시고,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어요. 평생 한 을 가슴에 품고 계셨는데, 그 말을 전하시고 돌아가셨어요. ‘영화를 만들어줘서 정말 고 맙습니다’라고요” ‘태안’ 시사회에서 웅성거린 유족들 70년 넘어서 알게 된 죽음의 사연과 아픔 침묵 강요받으며 왜곡된 역사 대한민국 수립 과정으로 미화된 학살의 비극 구 감독의 영화는 억울한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말하지 못한 채 가슴속에 품어온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영화다. 그가 만든 영화 제목처럼 말 그대로 오랜 한과 원을 풀어 내는 ‘해원’(解寃)이다. 태안지역 민간인 학살 유족들과 함께 영화 ‘태안’ 시사회를 했을 땐 이런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