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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 ♥ 레드툼.해원.태안등 한국전쟁민간인학살 다큐영화를 제작하여 학살의 진실을 조명한 구자환 감독이 17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1.17 ⓒ민중의소리 지난 2003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가 출간한 책 ‘다 죽 여라, 다 쓸어버려라’ 첫 장의 제목은 ‘온 국토가 무덤’이다. 이 책은 경기도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당시 확인된 남한 민간인 학살 피해 지역을 지도로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지도는 학살이 전국에서 벌어졌음을 보여줬고, 실제로 거의 모든 시와 군에서 크고 작은 학살이 자행됐다. 죽음이나 실패를 의미하는 관용구로 흔히 쓰는 ‘골로 간다’와 ‘물 먹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내륙에 살던 이들은 산 속 ‘골로 가야’ 했고, 바닷가에 살던 이들은 수장돼 ‘물을 먹어야’ 했던 참혹한 과거의 흔적을 담고 있다. 학살당한 이들의 대부분은 농민이었다. 그렇게 억울한 죽음들로 인해 ‘골로 간다’와 ‘물 먹었다’는 말이 만들어졌다. 비극의 역사 가 산에서, 물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졌으니 ‘온 국토가 무덤’이란 표현은 결코 과 장이 아니다. ‘온 국토가 무덤’이 될 정도로, 광범위한 학살이 벌어졌지만, 학살의 진실을 제대로 아 는 이들은 드물다. 왜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그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이 사실을 외부, 심지어는 자식들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숨죽여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