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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야 고향 가자 굼벵이가 낫다고 생각했어 굼벵이는 밟으면 죽거든 난 밟아도 죽지 않았어 그게 슬펐어. 내 몸이 먼지가 되었는데도 내 영혼이 내 몸을 놓아주지 않았어. 죽지도 죽어지지도 않는 몸을 뉘이며 소리도 나지 않는 울음을 울었어. 텅비어 있어도 아무 뜻도 담지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부러워도 난 흔들리지도 죽어지지도 않는 날리지 않는 먼지였어. 아무 것도 없던 나라는 몸이 거미줄처럼 붙들고 있던 건 아니 내 목숨을 이어주던 거미줄 같은 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얼굴도 잊혀지고 그려지지 않던 어머니 냄새. 냄새. 그리고 고향의 흙 냄새. 냄새. 냄새... 일본군 성노예의 한맺힌 역사를 함께 기억하며 다시는 폭력과 전쟁으로 인권과 생명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평화와 정의가 넘실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파주 시민의 정성 모아 '통일로 가는 평화의 소녀상'을 세웁니다. 2019년 4월 27일 통일로 가는 평화의 소녀상 세움 파주시민추진위원회 / 글씨 이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