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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기념문화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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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거나! 전원(田園)은 이미 황폐한 어디로 돌아가나. 조국 광복에 바친 몸 모친상(母親喪) 당하고도 모른 몸이기에 되돌리지 못하는 눈물에 우네 이 같은 풍상 다 겪으면서 나날이 가는 업(業)을 탄식하다가 문득 크디 큰 모욕을 받아 죄수의 붉은 옷을 몸에 걸치니 고생을 달게 받아 후회는 없지만 행여 도심(道心) 쇠해질까 걱정했노라. 쇠사슬에 묶여 눈앞에 두고 가던 고향 앉은뱅이가 되어서야 옥문(獄門) 나서니 쑥밭 된 집안 남은거란 없어 농사 아니 지으니 무엇을 먹으며 빚을 수도 없는 술을 어찌 마시리. 친척들도 그 모두 굶주리는 꼴 솟구치는 눈물에 얼굴 가리고 아내도 집도 없어진 지금 어느 겨를에 일신의 안정 꾀하리. 음험하기 짝이 없는 못된 무리들 내 고향에도 날뜀을 봐야 했어라 해방되어 삼팔선이 나라의 허리 끊고, 그 더욱 슬펐기는 동족을 죽인 무덤 더욱이 안타깝기는 모략 받아 죄 없이 죽어간 사람들 하늘 우러러 하소연하기로니 그 누가 돌아오리. 아, 죽어가는 병든 이 몸 아무리 둘러봐도 한 치의 땅도 없네 돌아갈거나! 돌아가 세상과의 연을 끊을거나. 세상을 우습게 아는 것은 아니어도 부귀영화 내 뜻이 아니라.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아직 창창해 나라 일만 걱정되니 안타깝네 옛 일꾼들을 불러보아도 오지 않으니 서녁 들(西疇)에 밭갈 일 누구와 상의할까 물결에 몰아치는 바람 사나워 의로운 배 노(櫓)마저 꺾이었구나. 저기 저 치솟은 건 무슨 산이냐 머리 두고 내가 죽을 고향 언덕. 고향 땅 그리면서 차마 못가고 세월은 물이 빨리 흐르고 안타까워 청천(晴川) 냇물 손에 떠서 들며 목늘여 어정이느니, 늘그막에 편히 좀 쉬었으면 싶어도 비웃고 조롱하는 나쁜 무리들. 나를 고향에도 머물지 못하게 하니 아, 어찌 마음 조여 갈 곳 몰라 하는가. 남북을 가르는 흑풍(黑風) 사나워 화평(和平)을 이룩할 기약도 없네 저기 저 사이비 군자(君子)들 맹세코 이 땅에서 쓸어버리리라 길에서 죽기로서니 무슨 한이랴 가만히 외어 보는 위후(衛候)의 억시(抑詩) 해처럼 밝은 나의 마음은 귀신에게 물어봐도 떳떳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