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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⑰ 95 는데, 값이 1원 반이나 된다고 한다. 무슨 수로 갚을 까? 대체로 늙어 쓸모없는 사람이 식욕은 극심하다 더니 밉살맞다. 낮에 또 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 왔다. 11일 녹동 이교택이 들어왔다. 비로소 사형(査 兄=黃頀, 손녀사위 황병일의 종조부)이 잘 있다는 소 식을 들었다. 12일 앞산에 가서 약초를 캐 왔다. 13일 낮에 이열정이 왔다. 점심을 대접해 보냈 다. 이교창이 와서 잤다. 손부가 영춘원으로부터 이 원행과 함께 왔다. 반시(盤市) 살던 이준실이 들어왔 다고 한다. 14일 밤에 비오다 아침에 갬. 화식이 이원행을 따라 영춘원으로 갔다. 15일 화식이 영춘원에서 돌아왔 다. 이준악도 베도포를 깨끗이 입고 와 보고 갔다. 16일 이교택과 창로, 화식, 성로 가 함께 통화현으로 갔는데, 교택과 화 식은 국내로 들어가서 식구들을 데리 고 올 계획이라 한다. 17일 꿈에 아버지를 뵙고, 또 상 길네 말을 빌려 탄 것이 심히 괴이하다. 춘삼과 응로가 영춘원에 갔는데, 쌀 실 어올 일이 있어서이다. 저녁에 비가 조금 왔다. 18일 꿈에 돌아가신 생가 할머니의 자상한 얼 굴을 뵙고, 또 스승 서산(西山=김흥락) 어른을 뵈었 다. 낮에 이교창과 삼산에 살던 류택진이 와서 점심 을 먹었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더니 크기가 오동 열매만한 우박이 내렸다. 옥수수와 마 (麻) 남초(南草) 같은 여러 작물들이 그물로 쓸어간 듯 남은 것이 없으니 한탄스럽다. 쌀자루가 오지 않았는데, 양식이 떨어졌다. 아이 들이 나를 걱정하여 개울 건너 상범에서 밀가루를 가져오니 제법 며칠간 양식은 되겠다. 고마운 일이 다. 앞집 이웃의 유(劉)씨 성 가진 사람이 또 푸른 파 와 흰 채소를 보냈다. 진실로 감사하나 경옥(瓊玉)으 로 갚을 뜻이 전혀 없으니 부끄럽다. 저녁에 영춘원에 갔던 사람이 쌀을 지고 와서 말 하기를, “요령(鬧嶺) 이남에 푸른 빛이라곤 조금도 남 김대락이 꿈에서 만나뵜던 스승 김흥락의 문집 『서산선생문집』(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