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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5년 6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젓가락을 대고 간신히 하룻밤을 지냈다. 26일 가지고 온 자루에 있는 쌀로 겨우 한 끼 양식을 보태었다. 아침에 또 비를 만나 오후에야 비 로소 청구의 이교창 집에 도착하였다. 안팎의 모든 사람이 신을 거꾸로 신고 나와 환영해 주더니, 찹쌀 을 삶고 강의 물고기를 구워 한 상 가득 정답게 대접 해 주는데, 음식마다 먹을 만하다. 늙은이를 우대하 는 의리와 사람을 사랑하는 덕이 진정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접하는 데에도 또한 문지(門地=문벌)에 자연 차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7일 상제(喪制)가 된 이종륜과 함께 밥을 싸 가지고 출발하여 통화현으로 향하였다. 그 보따리에 싼 것으로 끓인 물을 빌려 관도령에서 점심을 먹었 다. 규식과 종륜은 떡을 사서 배고픔을 면하였다. 어 렵사리 부중(府中)에 도착하였을 때 날은 이미 이른 저녁이었다. 먼저 조카 만식이 우거한 집에 들어갔다. 이실(李 室)이 병을 겪은 뒤로는 상손이 머릿속에 연연했기 때문이다.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질부가 꿀물 한 사발을 내왔다. 괴롭고 답답하던 나머지 더위 먹 은 창자를 시원하게 일깨워 주니 다행한 일이다. 저 녁이 되어 조카 규식의 집에 도착하였다. 고향에서 만 리나 떨어진 외로운 타관에 살다 3년 만에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그 기쁨을 헤아릴 수 있 으랴? 우리 4형제를 생각해 보건데, 그 중에서 살아 있는 자는 다만 아우 하나와 제수씨 한 분 뿐이다. 그 러나 아우와 침상을 나란히 할 날이 없을 것이니, 의 (義)로 한 항렬이 되는 이는 여기 이 제수씨 한 사람 뿐이다. 그런데 모두 쇠약하고 늙어가는 나이이니 그 정세가 마땅히 어떠하겠는가! 서로 마주하여 말 은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김대락의 집에 자주왕래한 이관직 (1883~1972, 독립장) 김대락의 조카 김만식의 초상화 (1866~1933, 애족장) 김대락의 조카 김정식 (1888~1941, 애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