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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 성산면 섬의 우수 강중훈 여기 가을 햇살이 예순 두해 전 일들을 기억하는 그 햇살이 그때 핏덩이 던 할아비의 주름진 앞이마와 죽은 자의 등에 업혀 목숨건진 수수깡 같은 노파의 잔등 위로 무진장 쏟아지네 거북이 등짝 같은 눈을 가진 무리들이 바라보네 성산포 ‘앞바르 터진목’ 바다 물살 파랗게 질려 아직도 파들파들 파들파들 떨고 있는데 숨비기나무 줄기 끝에 철지난 꽃잎 몇 조각 핏빛 태양 속으로 목숨 걸듯 숨어드는데 섬이 우수 들풀처럼 번지는데 성산포 4·3희생자위령제단 위로 뉘 집 혼백인양 바다갈매기 하얗게 사라지네 추모공원의 문학 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