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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 제주4·3유적 Ⅱ _ 서귀포시편 라. 강중훈과 르 클레지오의 문학 표석 성산읍은 아름다운 풍광과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시인들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 이다. 그런 만큼 곳곳에 시비도 많이 세워져있다. 현재 제주4·3 성산읍희생자 추 모공원에는 강중훈 시인의 시와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 클레 지오가 유렵의 유명잡지 『GEO』(2009년 3월호)에 기고한 ‘제주 기행문’의 발췌 문을 새긴 표석이 있다. 섬에는 우수가 있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마음 갑갑하게 만드는 이유다. 오늘날 제주에는 달콤함과 떫음,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초 록과 검정, 섬의 우수, 우리는 동쪽 끝 성산일출봉 ‘새벽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바위는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한 검은 절벽이다. 한국 전역에서 순 례자들이 첫 해돋이의 마술적인 광경의 축제에 참석하러 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1948년 9월 25일(음력)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하여 트 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그들이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이다. 나는 그 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냉전 의 가장 삭막한 대목이 펼쳐진 곳이 여기 일출봉 앞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1948년 4월 3일에 제주에서 군대와 경찰이 양민학살(인구의 10분의 1)을 자행 한 진부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이 잔인한 전쟁의 기억은 지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신들 부모의 피를 마신 모래에서 논다. 매일 아침 휴가를 맞는 여행객들은 가족 들과 함께 바위 너머로 솟는 일출을 보러 이 바위를 오른다. 숙청 때 아버지 할아 버지 할머니 삼촌들을 잃은 시인 강중훈 씨 조차 시간의 흐름에 굴복했다. 그가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 그의 시 한편 한편이 그 9월 25일에 끔찍한 흔 적을 지내고 있다 - 그걸 뛰어넘을 필요성도 알고 있다. 유럽 최대잡지 <GEO> 2009년 3월 게재된 ‘제주 기행문’ 중에서 J.MG.Le Ciézio - 200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