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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 제주4·3유적 Ⅱ _ 서귀포시편 추모글 아버님, 어머님, 할아버님, 할머님, 큰누이 작은누이 삼촌, 조카 그리고 그때 함 께 가신 모든 분들이시여! 그해, 이 터진목 해안 모래밭 앞 절 소리는 이른 봄부터 그렇게 거칠도록 울더 이다. 저 건너 광치기 큰 엉 밑으론 파도소리마저 모질더이다. 어디 그 뿐이더이 까. 뒷 바다 조개 밭으론 전에 없던 멸치 때가 섬으로 밀려와 썩어 문드러지더이 다. 그때 밤물결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늙은 황소처럼 눈 껌벅이는 소섬머리 등대 불과 까칠한 밤하늘 달그림자와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갈매기 울음소리마저 그토 록 차갑던 이유가 무엇인지 저희는 정말 모르겠더이다. 그해 가을, 이 터진목 앞 바르 바닷가 노을은 파랗게 질려 있고 순 하디 순한 숨비기나무 잎새들 마저 초가 을 바닷바람 사이에서 덜덜덜 떨고, 거칠게 밀려오던 파도 또한 덩달아 숨죽이던 그때의 가을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가을이더이까. 저희는 들었습니다. 콩 볶듯 볶아대던 구구식 장총소리를, 미친개의 눈빛처럼 시퍼렇게 지나가던 징 박힌 군화소리를, 그리고 보았습니다. 아닙니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당신의 형과 아우와, 당신의 삼촌과 조카와 아들과 딸과 손자와 손녀와 그리고 함께 있던 이웃들이 저 건너 조개 밭에 밀려와 썩어가던 멸치 떼처럼 널 부러진 채 죽어가는 것을, 이유도 모른 채 끌려 와 저들이 쏘아대는 총탄을 몸으로 막아내며 늙은 어머니를 구해내던 어느 이웃 집 아들의 죽음도, 젖먹이 자식만은 품에 꼭꼭 껴안고 처절히 숨져 가던 어느 젊 은 어미의 한 맺힌 죽음도, 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아버지를, 남편이 아내를 아 내가 남편을 피 토하듯 부르다가 눈을 감던 모습도 코 흘리게 어린 우리는 기어이 그 모든 걸 보고 말았습니다. 서럽도록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치도록 울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빚으로 하여 팔려가던 검은 밭갈쇠의 마지막 눈빛에서 이별의 아 픔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 울고, 열 살 누나가 학교를 그만 둘 때 현실이 얼마나 혹독한가를 알게 되어 울고, 땀범벅 주름 범벅으로 한여름 조밭 가운데서 김을 매 느라 해를 쫓던 노력의 소년이 목이메어 더욱 더 울고 헐어터진 고무신과 맨발의 가난이 혹한의 추위마저 잊게 해서 울고 또 울던 우리가 학교 운동회 날 남들은 아버지 손을 잡고 잘도 잘도 달리는데 우리는 오로지 하늘에 뜬 한 조각 구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