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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⑯ 85 9일 맑음. 오후에 며늘아이와 손녀가 나물을 캐왔다. 온 방 에 나물 향기가 어과(魚果)를 겸한듯하다. 저녁에는 윤인보가 두릅 한 묶음을 보내면서 새 글을 보여달 라고 청하였다. 10일 전자문과 안덕종이 와 보았다. 모두 평해 (경북) 살던 사람이다. 이날 오후부터 저녁 내내 비가 내렸다. 며늘아이가 청구로 문상을 갔는데 물에 막 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11일 맑음. 영춘에 사는 배성수 집에서 농우(農牛)를 빌려갔 다. 이종우가 찾아와 입적(入籍)하기를 청하므로 현 (縣)의 전례에 따라 써서, 이시영의 집에 문서를 보내 었다. 12일 산 앞 우거에 영해 살던 부인 4명이 찾아 와, 이웃 간 인사를 나누더니 점심을 먹고 갔다. 나는 축손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도라지를 캤는데, 캐던 나무송곳이 어지러운 돌 사이에 쓰기가 어려워 겨우 두어 꿰미만을 캐서 돌아왔다. 밤에 세찬 비가 조금 왔다. 다만 농사에 방해가 될 뿐이다. 음울한 날씨가 맑게 개지 않아 안타깝다. 13일 아침 안개가 가득 끼었다. 김영근이 통화에서 가아 편지와 구두, 식초를 보 냈는데, 모두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급히 보았더 니 편지 가운데 고향의 젊은이가 경부(警府)에 붙들 려 간 일과 선당의 이실(李室)이 차에 치여 위독하다 는 소식이 있었다. 두렵고 놀라워서 마음이 진정되 지 않는다. 다만 몽손(夢孫=증손자 기몽)이 쑥쑥 크 는 것이 위로가 될 뿐이다. 14일 저녁에 갬. 손자 창로가 이회영, 임석호와 추가가로부터 돌아 왔다. 며느리 동서들이 윤인보의 집에 갔다. 그곳에 산나물이 많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한 ‘애국지사 국오(菊塢) 황만영 선생 기 념비’(경북매일신문 제공). 황만영 등 평해 황씨 일족은 서간도로 이 주하여 김대락 일가와 교류하며 자주 왕래하였다. 황만영은 김대락 의 손자 김정로의 장인이었다. 2016년 울진군에서 복원한 황만영 생가(왼쪽 초가집)와 황여일 의 별당 해월헌(오른쪽 위, 독립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