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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025년 4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흰 밥에 푸른 채소가 술잔보다 낫구나’라는 표현 에 대하여 백하는 ‘사돈이 매번 술을 권하지만 그 뜻 에 부응하지 못해 한스럽다’고 자신의 상태를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이미 70을 바라보는 백하는 11일 간의 여행길에 기력이 거의 소진되어 자리에 눕고 만다. 이제 이러한 내용이 실려 있는 백하의 일기를 읽어보자. 1일 쾌당(증손자-필자)의 기침과 천식이 낫지 않고, 그 어미 또한 여위고 지쳐 병으로 누워 신음하 니 염려스럽다. 나 역시 기침감기로 괴로워 매양 이 열정이 보내준 석류고(石榴膏)로 위를 보호하고 목구 멍을 적실 거리로 삼는다. 이날 텃밭에 콩과 오이를 심었다. 저녁에 이종륜과 족종손(族宗孫) 성로, 형팔, 가아 (家兒, 아들 김형식)가 영춘에서 나왔다. 암탉 한 마 리를 잡아서 며느리와 손자의 원기를 보충할 거리로 삼았다. 저녁에 앞개울에서 발을 씻고 돌아오니, 며 늘아이가 나물을 캐왔다. 국을 끓여 먹으니 입안이 상쾌하였다. 2일 비가 내리다 오후에 갬. 이종륜이 청구로 출발하고, 이계동(=이봉희, 매제 이상룡의 아우)이 와서 잤다. 쾌당은 조금 차도가 있으 나, 그 어미가 다시 설사로 괴로워하니, 염려스럽다. 3일 우박. 정동하(용궁 살던 사람)가 지금 통화현(通化縣)에 머물고 있다가 이계동과 함께 와 보았다. 4일 집 뒤의 밭을 갈고 볍씨를 넣었다. 5일 저녁에 갬. 사형(査兄) 황호와 이종기가 와서 잤다. 손자 창로 가 추가로부터 돌아왔다. 사람을 사서 텃밭을 갈고 씨를 넣었다. 6일 아침에 안개가 끼었다가 저녁에 갬. 가아가 성로, 형팔 두 족종과 함께 통화현으로 출 발하였다. 7일 맑음. 물가에 나가보고 산에 올랐다가 저녁 무렵에 돌아 왔다. 적적한 나머지에 근심풀이로는 괜찮으나, 산 에는 겸과(兼果)의 풀이 없고, 물에는 통인(通印)의 물고기가 없다. 바로 이른바 ‘굳센 구렁말이 지나는 곳이라 봄도 봄이요, 가을도 역시 봄일 뿐’이라는 말 이다. 매우 우습고 우습다. 일꾼이 또한 텃밭을 갈았 다. 저녁에 배성수가 영춘으로부터 산나물과 물레를 가지고 왔다. 8일 맑음. 손자 창로가 추가(鄒街)로 떠나고, 며늘아이는 산 에 가서 나물을 캤다. 나는 학교 짓는 것을 살펴보고, 합니하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희중과 평해 살던 이만 영과 함께 이시영 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 두 노 인과 함께 잤다. 정동수가 추가에서 돌아와 그에게 칠손이 편안하다는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