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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⑯ 83 서 손자를 안아보고 또 황씨들이 보관하고 있던 『해 월문집(海月文集)』을 읽으면서 망명생활의 답답함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해월문집』은 조선 중기 황여일(黃汝一, 1556 ~1622)이 남긴 문집이다. 평해에 살던 황씨집안 사 람들의 선조가 되는 황여일은 임진왜란 시기에 도원 수 권율(權慄)의 종사관으로 종군하여 행주대첩에서 공을 세워 2등 공신이 되었던 인물이다. 『해월문집』 을 접한 백하는 ‘참으로 문장의 으뜸이요, 도학 의 문 로(門路)인지라, 울적하던 마음과 번거롭던 생각이 어느새 시원하게 밝아졌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시 두 수를 남긴다. 하나는 황여일이 남긴 시에 차운(次韻=남이 지은 시의 운자를 따서 시를 지음)한 것이고, 또 하나는 사 돈 황호에게 주는 시였는데, 우리는 오늘 황호에게 남긴 시를 읽어보기로 한다. 呈黃査兄 濩 사돈 황호에게 드리다 箕城情榻又玆回 기성의 정다운 어른 여기서 다시 만나니 雙戶殷勤待我開 두 짝 문은 은근히 날 기다려 열어 두었네 我似隊魚隨水到 나는 고기떼처럼 물을 따라 이르렀고 君如仙鹿傍山來 그대는 고운 사슴처럼 산 곁으로 오셨네 黃粱黑憩寄鄕夢 기장 밥 짓는 사이 고향 꿈을 꾸었는데 白飯靑蔬勝酒杯 흰 밥에 푸른 채소가 술잔보다 낫구나 最是離兄離弟恨 가장 슬픈 일은 형제간에 이별하여 芳園難與共徘徊 꽃핀 정원에서 함께 걷지 못하는 것 황여일의 문집 『해월집』 표지와 내용(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김대락의 문집 『백하일기』 표지와 내용의 일부(경상북도독 립운동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