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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스크랩 • 구국 의병항쟁 열전 - 거룩한 구국항쟁의 현장을 가다 ⑯ 67 다. 한규설 딸이 출가할 때 한 여자종을 데리고 갔다. 을사늑약이 결정된 날, 이근택이 대궐에서 돌아와서 집안사람들에게 늑약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나는 다 행히 죽음을 면하였다”고 하니, 그 여자종이 부엌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식칼을 가지고 나와 꾸짖기를, “이근택아, 너는 대신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입었는 데, 나라가 위태로워도 죽지 않고 도리어 내가 다행 히 죽음을 면하였다고 하느냐? 너는 참으로 개만도 못한 놈이다. 내가 비록 천한 사람이지만, 어찌 개의 종이 될 수 있겠느냐? 내 칼이 약하여 너를 만 동강 이로 베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나는 다시 옛 주인에 게 돌아가겠다”고 한 뒤, 한규설의 집으로 도주하였 다. 그 여자종의 이름은 알 수가 없다. - 『매천야록』 제4권에서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은 학부대신 이완용(李完 用), 내부대신 이지용(李址鎔), 외부대신 박제순(朴齊 純), 농상공부대신 권중현(權重顯)과 함께 이른바,‘을 사오적(乙巳五賊)’ 가운데 한 사람이다. 군부대신이라면 지금의 국방부장관으로, 나 라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직책을 맡은 신하가 아닌가. 군 부대신은 나라의 위기 때면 가장 앞장서서 싸우다가 전사하든지, 아니면 타이타닉 호 선장처럼 대한제국 과 함께 장엄하게 자결 순절하는 게 마땅한 일일 테 다. 그런데도 나라를 일제에게 팔아먹은 뒤 목숨이 살아났다고 자랑하다가 집의 하인에게까지 조롱을 받는, ‘개만도 못한 놈’이 되었다. 내가 기산도(奇山度) 의사를 알게 된 것은 2003년 가을이었다. 나의 항일 유적지 길 안내자의 한 사람 인 동북아역사재단의 장세윤 연구위원이 한 번 취재 해 볼 만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런 가운데 고광순 의 병장 추모 대제 때 후손 고영준 선생을 만나 이런저 런 얘기 끝에 바로 그분이 당신 대고모부로 녹천 고 광순 의병장 사위라고 하여 귀가 번쩍 떴다. 그리하 여 나는 고영준 선생에게 길 안내를 부탁드렸다. 그러자 그 이튿날인 2003년 11월 5일 이른 아침, 나의 호남 의병 답사 베이스캠프 격인 창평의 숙소 를 출발하여 도중 보성군 벌교를 거쳐 고흥반도로 을사오적의 한사람 군부대신 이근택(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자랑스러운 듯(?) 훈장을 여러개 달고 있다. 기산도 의사 아들 내외 기노식 씨와 정복덕 씨(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