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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먹장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쳐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앓고 있는 하늘
구름장 위에서
우리들의 태양이 작렬하고 있기 때문
확자와 시인, 누구보다 굳건해야 할
인간의 입들이붓끝들이
안이한 타힘으로 그 심장이 멈춰지고
또는
얍사하니 관외(關外)에 둔주(遁走) 한 채
헤헤닥거리는,
꼭두각시춤으로 늘고 있는- 이리도
악이 고웁게 화장된 거리에
창백한 고적으로 하며
<참>이 오히려 곰팡이 피는데,
그거 <토끼 사냥>을
그 자미 있는 <영화구경>팽개치고
보라 스크램의 행진!
의를 위하여 두려움이 없는 10대의 모습,
쌓이고 쌓인 해묵은 치정같은
구토의 고함소리.
허옇게 뿌려진 책들이 짓밟히고
그 깨끗한 지성을 간직한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불행한 일요일, 구루미 선데이에 오른
불꽃!
불꽃!
빛좋은 개살구로 익어가는
이 땅의 민주주의에
아아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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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2.28 대구 학생 데모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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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손뼉을 쳐야만 소리가 나는 것인가
소리 뒤의 소리,
표정 뒤의 표정으로
우뢰 같은 박수 소리,
터져나는 환호성,
뿌려지는 꽃다발!
1960년 2월 28일,
우리들 오래 잊지 못할 날로,
너희들
고운 지성이사
썩어 가는 겨레의 가슴속에서
한 송이 꽃으로 향기로울 것이니,
이를 두려워하는 자 누구냐,
이를 미워하는 자 누구냐,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라.
치희로 비웃는 자 누구냐,
그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라
지금은 봄
옥매화 하얀 송이 대한의 강산에서
3월의 초하루를 추모하는
너희들 학생의 날
아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저리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떄문.
1960년 2월 28일 서기 김윤식이 쓴시를
2005년 2월 28일 소당 조광호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