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3page

585 조천면 남)은 당시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고 비밀을 지키며 죽어간 송정봉(27) 여인을 생 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숨었던 곳은 굴거리라는 곳에 있던 궤입니다. 그곳에는 나 외에도 송정봉 씨와 그분의 시아버지(80대), 네 살 난 아들 등 5명이 함께 있었지요. 그날은 대대적으로 토 벌을 왔습니다. 마을 안에서도 6명이 밥해 먹다가 잡혀 죽었지요. 송씨는 굴 밖에서 인 기척이 나자 잠시 밖에 나갔었던 시아버지인 줄 알고 ‘아버님입니까’라고 말해버렸어 요. 그러자 군인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송씨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지만 군인들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굴속에는 자기뿐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군인들이 다른 굴을 가리키라고 위협했지요. 그런데 그분은 용감하고 당찼습니다. ‘죽어도 혼자 죽겠다’며 버티더군요. 결국 그분만 불타버린 대흘 국민학교 터로 끌려가 죽었습니다. 그분이 위협에 못 이겨 밝혔다면 난 죽었을 겁니다. 또 우리가 있던 굴 외에도 인근의 많은 굴에 여러 사람들이 숨어있었기 때문에 희생이 컸을 겁니다.” 1 굴거리궤 1) 제민일보4·3취재반, 『4·3은 말한다』 4권, 1997, 401~4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