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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엄씨대종회보 42호 33 청년은 스무 살 안팎 나이의 사내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모진 바람 앞에서도 초목처럼 싱싱한 꿈을 접지 않으며 한 번 발걸음 내딛으면 절대로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이만큼 와서 한 자락 남은 삶의 비탈이 가파르다고 숨을 헐덕이며 쉬려 하느냐 잠은 달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바라보면 네 옆을 걷던 사람들은 까마득히 뒷모습도 보이지 않아 길은 거기서 끊어지고 뒤돌아보는 발자국엔 아프게 달려온 고통의 흔적 헛되이 남아 아물지 않은 상처 화석으로 굳을 것이다 조금만 더 걸어라 가시덤불 우거져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너희들의 정상은 하늘과 어우러져 저 위에서 빛나고 있나니, 세월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의 가슴에 더 많이 고일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걸어라 고개는 거의 끝나 가는데 지친 발길 이제 그만 세우려느냐? 청년은 스무 살 안팎의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어떤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고 헤쳐 가는 사람의 이름이다 청 년(靑年) 시인 엄 기 창 시 / 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