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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엄씨대종회보 42호 15 엄대섭 선생 역 사 “오늘날 도서관을 만든 엄대섭 선생을 기억합시다 ” 탄생 100주년 맞아 전국 도서관에서 기념 전시 고(故) 엄대섭 선생은 1980년대 '대한도서관연구회'를 이끌며 본 격 도서관 개혁 운동을 전개했다. 지금은 공공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고, 무료로 대출받아 집에서 읽는 일이 자연스럽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 렇지 않았다.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돈(입관료)을 내야 했고, 책도 사 서에게 요청해서 전달받는 식이었다. 도서관 밖으로 책을 빌리는 절차도 까다로웠다.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고 도서관을 시민에게 친 숙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운동에 앞장선 이가 있었다. 고 엄대섭(1921~2009) 선생이다.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난 엄 선생은 유년시절 일본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컸다. 그러다 10대 때 헌옷을 모아 되파는 사업을 했는데, 대박이 나면서 부자가 됐다. 엄 선생이 사업에 도전할 수 있 었던 계기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덕분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구절에 감명받아 그 당시 전무했던 사업 모델을 모색한 것. 자수성가 과정에서 책의 중요성을 느낀 엄 선생은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번 재산을 도서관 보급을 위해 썼다. 엄 선생은 우선 1950~60년대 농어촌 곳곳에 '마을문고'를 만드는 사업을 벌였다. 책장 몇 개 에 불과하지만 주민이 스스로 가꾸고 책을 채워 나가는 작은도서관 형태로, 오늘날 지역 도서관 의 모태다. 결과적으로 마을문고는 문맹률을 낮추고 국민의 지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는 평가를 받았다. 그 공로로 1980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이후 엄 선생은 공공도서관 개선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반 입관료가 폐 지됐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서가를 드나드는 '개가제'가 도입되고, 자유로운 관외대출이 보 편화